생각 나는 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

삼봉산 2012. 8. 11. 16:43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                 

 

죽음의 직전에 있는 사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죽기 싫어하는 걸 본다. 더 살려고 발버둥치며, 힘겨운 투쟁을 하기도 한다. 안타깝고 애처로운 모습이다. 물론 본능적인 생명에 대한 애착이겠지만. 이처럼 더 살려 하고, 죽기 싫어함은, 좁은 내 소견으로는 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더 살아야 하는 그 이유는, 할 일이 남아있다든지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분명하게 말한다. 나에게는 꼭 해야 할 일이 남아있지 않다. 꼭 이루어야 할 일도 없으니, 때가 되면 언제든지, 오늘, 내일 죽는다 해도 억울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내 마음이다.

“완화의학은 할지언정 생명 연장의 의료(치료)행위는 절대로 하지 마라.”는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요, 가족에게 명령하듯 부탁해둔 말이다. 어차피 생명은 유한하기에,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가야 한다. 가야 하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이요, 순응해야 할 철칙이라면,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떠남을 억지로 무리하게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건 우주의 법칙을 어기는 행위다.

하루 이틀 열흘 한 달 두 달 몇 달 1년을 더 살아 있으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짧은 시간(잠시 좀 더 오늘 며칠 몇 달․․․) 더 살아있기를 갈구할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에 긴 시간을 누리고, 할 일 하고, 느끼고, 베풀고, 감사했어야 한다. 그리고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며칠 더 몇 달 더 살아있다고 해서, 그 며칠 몇 달 뒤에 가면 이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까? 아니다. 그때는 그때부터 좀 더 살고 싶어 할 것이다. 죽음에 거의 직면해서 무리한 생명 연장은 뜻이 없다고 본다. 가기 억울해하거나 아깝다고 발버둥치지 말고 “언제든지 가도(떠나도) 괜찮도록 평소에 할 일 다해서 생을 정리해두어야 한다.” 때가 되었으면 기꺼이 가야한다. 언제 가더라도 아쉬움이 없도록 오늘이라는 의미의 평소에 모든 일을 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이, 현재가 중요하다. 오늘 할 일은 오늘하고 미루지 마라. 덩치가 큰일은 하루에 다 할 수 없으니 내일도, 모래도, 또 다음에 한다. 이때 내일 모래 그다음은 모두 오늘이라는 시간 개념에 속한다. 오늘이라는, 현재라는 긴 세월을 뜻없이 허송하면 다하지 못한 일이 남아서 미련이 남아서 떠나기 싫을 것이다. 할 만큼 했으면 오늘 간들 내일 간들 어떠랴.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지난 세월 부모님 잘 만난 덕에 세상에 태어나 학교도 가보았고, 세상도 구경했고, 삼라만상에 감사함도 배웠고, 어리석게 살았지만, 만족했으니 당장 떠난다 한들 아쉬움이 있겠는가? 한 달 두 달 1년을 더 살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는 앞에서도 말했다. 한두 달 1년 정도의 시간을 과거에 흙 한 줌 정도로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가? 거듭하거니와 막바지에 와서 그 짧은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그 이전에 긴 세월(따지면 그 세월이 모두 오늘이었다) 동안에 하고픈 일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베풀고 감사하고 갚고 사랑했어야 한다. 그리고 때가 왔으면 떠나기를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일 마무리를 만족스럽게 끝내는 사람은 드물다. 이점에서 나는 방편이 있었다. 일을 많이 만들지도, 크게 만들지도 않았다. 특히 우리처럼 늙은이는 욕심을 버리면, 마음을 내려놓으면 오늘 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나는 큰 욕심 없이 바보처럼 살아왔으니 평소(오늘)에 할 일도 많지 않았다. 오늘 할 일이 적었으니 남은 일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다. 그러니 꼭 좀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더 살아서 이루어야할 일도 없다. 꼭 해야 할 일이 없으니 때가 되면 미련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사실은 일을 만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60대 초부터는 모든 것을 버리고, 전부를 내려놓고 짐을 벗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가볍기 한량없다. 하늘에라도 날듯하다. 떠날 때 날아가련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순전히 개인의 편견이자, 좁은 소인의 소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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