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

삼봉산 2013. 7. 6. 21:55

          돌탑

                    최낙인

  

   청태 낀 돌탑

   합장한 여인이 탑을 맴돈다

 

   비바람 찬 서리에

   그 수많은 세월은 다 어디로 숨었나?

 

   시간도 공간도

   굳은 화석처럼 미동도 않는데

   탑돌이 여인은 천년을 삼킨다

 

   영혼을 불러내는 청아한 독경

   입가에 번져나는 가녀린 미소

 

   석양은 긴 그림자를 내리고

   노을이 내려앉은 빈 뜨락엔

   새하얀 무심이 바람처럼 흐르는데

   수줍은 염원은 너울 타고 하늘로 오른다

 

         --농암 최낙인 시집 <엉겅퀴> 중에서--